우리 동네

인생 뭐 별거없다
BY 에이바

오늘 치과예약이 예정보다 일찍 잡혀 쬐끔 삐끗한 듯한 손목을 핑계로 방과후 테니스를 빠져나와 일찍 하교했다.

학교 셔틀버스에서 초등학교 꼬맹이들이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선생님은 한두 번 조용히 하라고 하다 모르는 척을 하고 나는 약 한 시간동안 거의 한 잠도 못 잤다. ㅠㅠ


집에 가는 길에 6~7년 전에 다닌 동네 초등학교를 지나자 초등학교 친구와 손잡고 하교하던 길이었다. 웬 드라마 연출 우리 학교는 수업에 방과후까지 마치면 5시 반이고, 셔틀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짧아야 40분이라 마을버스로 갈아탔다가 우리 동네를 거쳐 집에 걸어오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이라 날이 밝을 때 집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다. 주말에도 딱히 여유롭게 산책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날이 어둑해지면 항상 문이 닫히고 불이 꺼져 있던 카페, 사람 하나 없이 휑하던 달걀 공판장, 내가 봤을 때는 항상 문을 닫고 있던 작은 피아노 학원, 다들 가게를 닫고 퇴근할 시간에 내가 그 즈음을 지나갔었는데, 문득 오늘 굉장히 오랜만에 날 밝을 때 와 보니 느낌이 꽤나 다른 것이었다.

우리 아파트는 몇 년 안에 재건축이 있을 5층짜리 아파트 단지라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살지도 않는데, 그 작은 상가가 사람들로 꽤나 복작복작한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나는 태어나서 이사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내 짧은 인생을 이 동네에서 보냈다. 이 낡은 5층짜리 아파트들은 내진설계마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지진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설명을 보탠 재건축으로 4~5년 안에 사라질 듯 하다.



오래되었지만 그만큼 이웃들과 서로 잘 알고 내가 뭣모르던 꼬맹이 때의 추억이 남아 있는 이곳이 없어지면 마음 한구석이 먹먹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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